‘식품업계가 낳은 20세기 최대의 걸작.’
일본의 건강 저널리스트 이마무라 고이치의 저서 ⌜어린이를 위한 올바른 식생활⌟에 등장하는 말이다.
찬사의 말인가?
하지만 저자는 곧바로 ‘21세기에는 가장 없어져야 할 식품’이라고 냉소한다. 그것은 무엇인가.
오늘날 우리 식탁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인스턴트 라면’이다.

지금부터 약 50년 전, 튀김요리의 공정을 유심히 지켜보던 어느 일본인의 뇌리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하나 스치고 지나간다.
그것은 국수같이 생겼지만 국수가 아니었고, 기름에 튀겼지만 덴푸라도 아니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끓는 물에 2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제품화되어 곧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컨비니언스convenience지상주의가 만연하던 20세기 중반, 혜성과 같이 등장한 이 신기한 식품은 과연 ‘난세의 영웅’이었다.
순간에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가정의 식탁을 점령해 버린다.
이 기발한 제품은 수년 후 현해탄을 건너 우리나라에도 상륙한다.
1인당 연간 소비량 80여개, 연간 총 생산량 약 40억개, 시장규모 1조2천억원. 오늘날 우리나라 가공식품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이 제품의 성적서다. 이 발군의 실적은 우리나라가 자랑할 수 있는 몇몇 ‘세계 최고’ 기록 가운데 또 다른 하나로 자리매김한다.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가.
역시 인스턴트 라면이다.

전통식품을 몰아내며 가공식품 업계의 판도를 바꾼 우리나라의 인스턴트 라면 산업은 이미 오래전에 라면 종주국인 일본을 크게 앞질렀다.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라면을 더 많이 먹는다?
이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하지만 틀림없는 사실이다.
일본인이 먹는 인스턴트 라면의 양은 한국인에 비하면 절반도 안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일본 사람들은 인스턴트 라면을 싫어하는 것일까?
그 내막을 알면 왜 일본의 건강 저널리스트가 인스턴트 라면을 가리켜 21세기에 가장 먼저 없어져야 할 식품이라고 혹평하는지 알 것이다.
인스턴트 라면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일본의 오사와 히로시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의 저서 ⌜식원성증후군⌟에서 인스턴트 라면 마니아들의 치명적인 피해 사례를 다수 소개하고 있다.

병원에 있다가 사망한 어느 중학생의 방에 가보니 라면 봉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는 이야기.
라면을 늘 박스 채로 구입하던 어느 가정의 어린아이가 숨진 이야기,
인스턴트 라면을 주식으로 삼던 한 대학생이 숨진 이야기,
인스턴트 라면 애호가였던 한 30대 남성이 사망한 이야기,
어느 화가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다 암 진단을 받고 결국 사망한 이야기 등을 그는 일일이 적으며 인스턴트 라면의 위해를 폭로하고 있다.

이러한 불상사는 대체로 인스턴트 라면이 선을 뵌 지 10년 이내에 있었던 일로, 유해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무차별적 탐닉이 어떤 결과를 빚는지를 잘 알리는 사례다.
그 후 일본에서는 인스턴트 라면에 대한 인기가 크게 퇴조한다.
오늘날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이른바 ‘라멘’은 인스턴트 라면이 아닌 점을 주목하자.

그렇다면 20세기 식품업계가 낳은 최대의 히트제품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문제가 바로 첨가물이다.
인스턴트 라면의 주 구성원료는 ‘흰 밀가루’와 ‘첨가물’임에 틀림없다.
이마무라 고이치는 저서에서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인스턴트 라면을 3주간 계속 먹게 되면 반드시 뇌와 정신에 이상이 생긴다고 경고한다.
또 식품첨가물 컨설턴트인 와다나베 유지는, 인스턴트 라면의
가장 큰 문제는 여러 종류의 첨가물을 한꺼번에 섭취하도록
고안된 점이라고 설명한다.


제품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인스턴트 라면에 사용되는 첨가물은
대동소이하다. 인공조미료· 향료· 색소· 유화제· 안정제· 산화방지제· 점조제 등이 그것이다.
이 물질들은 거의 기본적으로 사용되지만, 때로는 제품에 표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반제품 이름’을 원료명의 하나로 기재한 경우가 그 예다. 어떤 제품에는 반제품의 ‘브랜드명’이 그대로 표기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때는 전문가도 그 반제품이 무슨 목적으로 사용되었는지,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인스턴트 라면이 안고 있는 문제는 이와 같은
첨가물의 유해성만이 아니다. 첨가물 문제는 어찌 보면 표면적인 폐해에 불과할지 모른다.
인스턴트 라면에는 또 다른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것은 인체의 당 대사 매커니즘과 관련된 문제다.

그 문제는 왜 인스턴트 라면이 정크푸드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며, 모든 인스턴트 식품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책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중에서